장마당 800곳, 5년새 2배…시골까지 퍼진 시장경제

입력 2015-11-05 07:00  

북한 Focus

절반은 비공식 시장
배급체계로는 못 버텨…체제불만 해소 효과도

체제변혁 이끄는 장마당 세대
중국산 옷 입고 한국 드라마…돈벌이 관심 많고 '개인주의'



[ 김대훈 기자 ]
북한 ‘장마당’이 활성화하고 있다. 커티스 멜빈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북한 공식 장마당의 수가 2010년에 비해 두 배가량 늘어난 406개라고 밝혔다. 국영 시장인 장마당 외 비합법 시장도 성장세다. 재판매하는 ‘되거리 장사’, 옮겨 다니며 파는 ‘메뚜기 장사’, ‘중고집(중고매장)’, 비상설 ‘야간시장’ 등을 합치면 북한 내 시장 수는 8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배급 체계가 붕괴하고 있는 북한에서 시장은 주민들이 상품 거래를 통해 자본주의 체계를 직접 경험하는 곳이다.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는 북한 정권에 시장의 확산은 불안 요소다. 하지만 장마당이 배급체계를 보완하면서 정권에 대한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있다.

○‘돈주’ ‘장마당 세대’ 등장

본격적으로 북한에서 시장이 늘어난 것은 2003년 북한 정권이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통해 종합시장을 합법화하면서부터다. 북한은 1990년대 식량난 이후 암시장이 커지자 자릿세 명목의 세금을 걷기 위해 양성화 조치를 했다. 이후 급속한 시장화의 진전을 막기 위해 규제 강화와 완화 조리를 반복했지만, 공식·비공식 시장 모두 성장을 거듭했다.

김정은 시대 들어서 시장에 대한 억압정책은 상당히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화폐개혁의 실패에 대한 주민의 반발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공장, 상점 등에 자율경영권을 확대한 ‘5·30조치(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가 취해진 2014년 이후 시장화의 흐름은 더욱 가속화했다. 공장 근로자의 인센티브로 주어진 공산품과 개인 소유 텃밭에서 재배된 농산물이 시장에 나오면서 장마당 규모도 급속히 늘고 있다.

최근 ‘돈주’라 불리는 북한의 초기 형태의 자본가도 ‘장마당’에서 부를 쌓았다. 미용실·식당 등의 자영업자가 생겨나고 리어카 짐꾼과 삯일꾼이 등장한 것도 시장화 진전의 사례다. 부패도 확산됐다. 근로자는 공장 관리자에게 뇌물을 바치고 정규 근로에서 빠져 장사에 나선다. ‘세대주(남편)는 사회주의를 하고, 아내는 자본주의를 해야 먹고산다’는 말이 공공연할 만큼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가 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배급 경제 대신 시장경제의 ‘자력갱생’ 논리를 습득한 청년들인 ‘장마당 세대’가 등장했고 이들이 북한의 체제 변혁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태어나 ‘고난의 행군’을 겪은 30세 이하인 이들은 중국산 옷을 입으며 한국 드라마를 보며 자랐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지난 7월 국회에서 장마당 세대에 대해 “이념보다 돈벌이에 관심이 많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부모 세대에 비해 체제 충성도가 낮다”며 “외부 사조 수용과 시장 확산 등 북한 체제 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배급 경제 보완에 그쳐” 지적도

전문가들은 시장의 확산이 ‘중국식 시장사회주의’ 사례처럼 체제 전환을 이끄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성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시장은 주민들의 자력갱생 의지를 높여 절대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끌었지만, 계획경제시스템을 돌아올 수 없는 방향으로 밀어내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에릭 피시 아시아소사이어티의 콘텐츠 제작자는 “1990년대 ‘중국 단웨이(單位·작업조)’가 시장개혁으로 붕괴한 이후 청년들은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달라고 파업을 벌였다”며 북한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하지만 여전히 ‘배급경제’가 북한 주민의 생계를 지탱하고 있으며 장마당 경제는 보완하는 것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생존에 필수적인 곡물과 연료 대부분을 국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인호 데일리NK 대표는 “시장화가 촉진될수록 김정은도 이에 발맞춰 점진적 개방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의 대북정책도 ‘북한 시장 촉진 전략’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瞞?한다”고 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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